만드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품에서 한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듣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해가기도 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리고 만드는 일의 과정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만나며 작품 세계를 확장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알고 다시 본 작품은 생활의 ‘소품’ 이상의 의미를 줍니다. 오늘 만드는 사람들의 세 번째 이야기는 ‘만드는 일’이 나를 찾는 여행이 된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작가는 작품들과 함께 나를 찾는 여행을 하는 중이지요. 귀엽기만 한 작품 속에는 ‘나’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89시스터, 김진선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
키덜트 도자 연구소 89시스터 김진선 작가
저에게는 ‘예술가’라는 단어가 무겁고 거창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저는 예술에 진심이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시를 쓰던 때에도, 도예를 하는 지금도, 오로지 창작하는 행위가 좋아서 예술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들이 제 삶에 큰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창작가라는 타이틀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무언가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실현하는 과정에 재미를 느껴요. 지금은 흙이지만 혹시 나중에 도자기가 아닌 다른 물성이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전향할 마음도 있어요. 아직은 도자기로 하고 싶은 작업이 남아있고, 그러다가 계속 도자기만 할 수도 있지만, 창작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매개체로서 도자, 흙이라는 물성이 제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조금 더 과감하게 제 취향이 가득 담긴 브랜드로 채워나가고 싶어요. 지금은 귀여운 것이 주제이지만 나중에는 조금 더 마이너한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과정에서 계속 성장하면서 오래오래, 오래오래 작업하고 싶어요. ⭐